다만 지금 여기에 살 뿐!

‘소외에 대한 두려움’ 병리현상 부각
두려움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기만 해
우리는 현존하는 방법 깨우쳐야 한다
이는 삶, 죽음을 보며 영원이 되는 일

해가 지기 전까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면 간만큼 땅을 다 차지할 수 있는 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안간힘으로 더 멀리 내달렸지만, 아무도 제때 돌아오지 못했다. 한때 어두운 새벽에 별을 보며 출근했다가 캄캄한 저녁에 별을 보며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집은 오직 씻고 잠을 자는 공간이었으며, 오래 고민하고 산 좋은 오디오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못했고 좋은 자전거가 있어도 마음껏 달려보지 못했다. 

산이 좋아 산 가까이 이사를 했음에도 등산 한번 하지 못했다. 뭔가 거꾸로 사는 느낌, 내 삶에 내가 주인이 아니라 객이 된 느낌이 들었다. 음미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는 삶이란 되돌아오지 못해 다 놓쳐버린 땅처럼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만 홀로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나만 홀로 이 세상에 소외되는 건 아닐까?’, 현대인들의 내면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두려움이다. 이를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라고 한다.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의 앞 글자를 딴 새로운 사회병리현상이란다. 

현대인들은 다들 쓸데없이 바쁘고, 쓸데없이 두렵다. 그리고 바쁨에 대한 보상심리로 무엇을 시켰는지도 모를 택배를 받아내고, 또 그것마저도 바빠서 열어보지 못한다. 이는 탐욕의 문제가 아니라, 실은 실체 없는 두려움의 문제다. 우리는 두려움이 시키는 대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소진할 뿐,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제 그림자가 두려워 달아나다 끝내 기운이 빠져 죽은 장자에 나오는 사내와 같다. 너른 그늘에 숨어 그림자를 그치게 할 줄 모른다. 

너른 그늘은 ‘현존(現存)’하는 일이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일이다. 그것은 내 삶을 음미하는 일이며 나를 성찰하는 일이다. 그래 살아있다는 느낌이 가득하며, 풀벌레 소리 하나에도 생의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는 쉼 없이 흘러갈 뿐이니, 다만 지금 여기에 살 뿐이다. 

그래, 모든 과거도 모든 미래도 나의 것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경험하는 일이다. 깨끗한 혓바닥처럼 온전한 감각으로 세상을 맛보는 일이며, 다양한 경험들이 나이테처럼 진실로 나를 성장시키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그래, 하루하루의 다채로운 감각들을 온전히 맛보며 다음 하루를 설레는 일이다.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삶을 아는 일이며,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죽음을 아는 일이다. 그래 삶과 죽음 모두를 보며 무시무종의 영원이 되는 일이다. ‘영원’이 믿는 자의 것임을 아는 일이다. 

해마다 현존수업을 한다. 죽음을 떠올리며 자신의 가장 진실한 가치를 찾아내고, 접촉하고 있는 신체 감각 느낌의 호오(好惡)를 알아차리며 떠도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데려다 논다. 가득 찬 물컵을 흘리지 않게 서로에게 전달하며, 자신의 마음이 ‘의도·주의·집중’으로 환해지는 현존 체험을 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며, 또 무엇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자신만의 본분사를 찾는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할지라도 오늘 아이들과 함께 할 나의 현존수업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