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지 말라… 그대 뒤엔 관세음보살이 있다

재난, 번뇌 등 온갖 어려움 닥칠 때
관세음보살 명호, 소리 내 외쳐보길
든든한 의지처 있다면 겁날 게 없다
모든 사람들을 관세음보살로 여기면
세상은 두려움 아닌 환희로 가득해

이름값을 한다는 것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 하나씩 더 가지고 있습니다. 입문자를 위한 기초교육을 마치면 스님에게서 법명을 받거나 오래 전에 스님에게 법명을 받은 사람도 많습니다. 대체로 이름이란 내가 “이 이름으로 해주세요”라고 콕 집어서 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 마음인 경우가 많지요. 태어나면서 부모에게서 받은 이름도 그렇고 절에서 받은 이름도 그렇습니다. 또 법명은 하나만 지니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불자들은 여러 스님에게서 법명을 받아서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쓰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 입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손수 옥편을 펼쳐서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아름다울 미(美), 구슬 소리 령(玲). 아름다운 구슬 소리는 세상에 청아하게 퍼질 것이고, 마음이 괴롭거나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편안해질 것입니다. 맏이로 딸이 태어났으니 둘째는 아들이기를 내심 바라셨겠지만 28세의 젊은 아버지는 둘째 딸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주셨지요. 그 이름 덕분인지 나는 사찰이나 불교교육기관에서 마이크를 들고 불교를 이야기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고, 방송 진행도 제법 오래 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아름답고 귀한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는 일이니, 아버지 바람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지어주신 그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법명이라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이름 타령이냐고요? 관세음보살보문품(줄여서 보문품이라 하겠습니다)은 이름 풀이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신중하고 진지한 구도자인 무진의보살이란 분이 부처님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관세음보살은 무슨 까닭에 관세음이라고 부릅니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많은 이들이 온갖 괴로움을 겪을 때 관세음보살이란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듣고 모두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세상(世)에서 외쳐대는 살려달라는 소리(音)를 듣고(聞→觀) 그들 모두를 구해주는 능력을 지녔기에 관세음이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어서 보문품에서는 세 가지 경우로 나눠서 세상의 소리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자신에게 실망할 순간에 염불하세요
첫째는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한 재난을 만났을 때입니다. 불이나 물, 바람과 같은 자연재해를 만났을 때, 혹은 흉기를 든 악한을 만났을 때나 내 몸이 수갑이나 형틀 등과 같은 것에 묶여 혹독한 고통을 겪을 때입니다. 

둘째는 번뇌가 자글자글 끓어서 속 시끄러워 번민하다 그만 번뇌에서 놓여나고 싶을 때입니다. 우리는 흔히 말하지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지요.” 내 마음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심이나 성냄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커서 애태우다 그만 마음이 시커먼 재가 되어버릴 정도인 경우, 또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솟구쳐 올라 밤새 들척이다 스스로 지쳐 자괴감에 빠져 버리는 경우입니다.  

셋째는 바라는 것이 있을 때입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내 힘으로 소유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인력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보문품에서는 아들이나 딸을 원할 때라고 예를 들고 있습니다. 이 경전이 쓰일 때만 해도 불임클리닉은 없었으니 원하는 자식을 낳고 싶으면 그저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에게 비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재난에 처했을 때, 번뇌에 시달릴 때,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 절감합니다. 자괴감에 빠지고 살아야 할 의미를 잃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이 없는 존재였나,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존재였나 하는 실망감에 압도당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 머릿속에 딱 한 가지를 떠올리라고 부처님은 일러줍니다.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라고요.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것이 염불(念佛)입니다. 염불은 부처님(佛)을 생각하는(念) 건데,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것은 틀리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중생 곁에 늘 머무는 부처님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소리를 지그시 관찰하는 것을 인생목표로 삼은 분이라서 ‘관세음’인 것이니 우리는 마음 놓고 그 분을 생각하고 그 이름을 부르면 되는 것입니다. 

“글쎄, 부르라니까 불러보기는 할 텐데 난 이런 거 별로 체질이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자주 만납니다. 그런 분에게 나는 이렇게 안내합니다.

“그리 절박하지 않은 것 같으니 그렇다면 관세음보살 염불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가시면 됩니다.”

보문품에서는 부처님이 이렇게 강조합니다.

“관세음보살을 공경하고 예배하면 복이 헛되지 않으리니, 중생은 모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어야 한다.”

이름을 받든다는 말은 그 이름을 늘 소중하게 기억한다는 뜻입니다. 기억한다는 말은 늘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무릎이 깨져라 기도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관세음보살이라는 분이 있다, 내가 살다가 너무 힘들 때 그 분이 도와주실 거다’라고 기억하기만 해도 그 복이 쌓인다는 것입니다. 든든한 의지처가 있는 사람은 쫄지 않습니다. 내가 이렇다 완전히 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헛발질을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하지만 내 뒤를 받쳐주는 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힘든 이웃의 언덕이 되어주기까지 합니다. 이만한 복이 또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 겁먹지 마세요
혹시 오늘 누군가가 당신을 굉장히 짜증나게 했습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숱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에 놓이는데 어떤 경우는 나를 극도로 긴장시킵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내가 가장 힘들 때나 내게 가장 취약한 상태를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꼭 그 부분을 건드려서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화를 내고 난 뒤에 화를 가라앉히고 잠시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아닌, 나의 허약한 부분 때문이란 걸 깨닫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상황도 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유독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한 번쯤 경험해보지 않았습니까.

살면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 내가 처하는 모든 상황이 내 편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화를 돋운 상대방을 탓하겠지만, 마음공부하는 사람은 이럴 때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가 마음이 불편한 이유가 무엇인지, 저 사람의 어떤 말이 나의 어떤 곳을 찔렀는지를 말입니다. 내 마음이 늘 편치 않은 이유를 그 사람 때문에 찾아보고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마음공부가 따로 있겠습니까? 이렇게 자기 마음을 자꾸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우리의 마음은 한 뼘씩 크고 깊어집니다. 이쯤 되면 그 사람 탓이 아니라 그 사람 덕입니다. 

보문품에서는 말합니다. 관세음보살은 어떤 이를 일깨우기 위해 자유자재로 그 몸을 변화시켜서 그 사람 앞에 나타난다고 말이지요. 그러니 절의 벽화에서 만나는 고고한 자태의 관세음보살님만이 관세음은 아닌 것입니다. 나를 화나게 한 저 사람, 나를 힘들게 만든 그 사람은 내 마음그릇을 키우게 하려고 나타난 관세음보살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온통 나의 적인 것만 같아서 문을 열고 나가기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들 나보다 잘 살고, 다들 나보다 활기차고, 다들 나보다 뛰어난데 다들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것만 같아서 두렵습니다. 그런데 보문품은 말합니다. 두려워할 것 없다고요. 그 사람이 관세음보살일 수도 있다고요.

지금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저 사람을 내가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에 따라 나는 성장할 수도 있으니, ‘덕분입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가라고요. 세상은 나를 공격하는 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관세음보살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을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겁먹지 마십시오. 관세음보살은 우리 마음에 두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에 시무외자(施無畏者)라는 이름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분이지요. 마음에 관세음보살을 담고 입으로 그 이름을 외며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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