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 불자들이 함께 수행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특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생겼다고 해 우연히 눈팅(게시물을 읽기만 하는 것)의 기회를 얻었다. 출가열반재일을 맞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가 운영하는 ‘대불련 수행정진의 방’이다.

그간 대불련은 챌린지 형식으로 출간열반재일 수행정진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증 과정이 어려운 탓에 학생들의 참여가 소극적이었고, 상호 수행을 점검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이에 따라 대불련 지부장 법우들은 깊은 논의 끝에 익명성을 보장하고, 의견 공유가 수월한 오픈채팅방을 활용, 수행의 장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이 방은 마음을 낸 이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나름 엄격한(?) 규칙이 정해져 있다. 참가자들은 출가재일인 3월 17일부터 열반재일인 24일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일주일간 수행한다. 반야심경 사경, 108배 등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매일 꾸준히 참여해야 한다. 수행과정과 소감은 사진, 영상, 글 등을 통해 인증한다. 함께 수행하는 법우들을 위한 응원과 공감도 필수다. 현재 전국 55명의 대학생 불자가 참여해 수행정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조용하던 채팅방은 저녁 시간이 되자 활기를 띄었다. 감사일기, 명상, 절수행 등 다양한 수행과정이 소개됐고, 그 속엔 하루 동안 느낀 감사함이 담백하게 녹아있었다. 맛있는 밥을 먹어서, 친구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눠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서 등 일상에도 감사할 이유가 너무나 많았다. 믿는 대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감사함’을 체득하기 위해 마음을 훈련하는 이들에게는 세상도 정말 그렇게 보이나 보다. 소감으로 “오늘 참 여러모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힘들어 ‘108배 하루쯤은 쉬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안 했을 텐데 여러분과 함께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108배를 하게 됐다. 처음 다짐했던 마음처럼 타인의 행복을 비는 일엔 집중이 안 됐지만 108배 후반부에는 감사의 마음으로 절을 했다”는 한 학생의 말처럼 ‘절’마저도 감사한 일이 됐다. 채팅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수행을 시작하는 계기로, 또 누군가에게는 법우들과 소통하며 위로받고, 몸과 마음을 성장하는 곳으로 충분해 보였다.

싯다르타 태자가 왕궁의 화려함을 버리고 구도의 길에 나선 출가재일부터 45년 설법 이후 열반에 든 열반재일까지. 탐진치에 흔들리지 않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간 부처님의 삶을 되돌아보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다가서기 위한 대학생 불자들의 노력이 더욱 값지다. 이들이 만들어갈 한국불교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대불련 수행정진의 방’ 일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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